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을 얼마 전 다녀왔는데 오가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쉴 때 읽으려고 구매했다. 몰입도가 좋아서 가는길에 책을 다 읽고 베트남에서 만난 친구에게 추천 겸 선물하고 왔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이라 많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주변에 책을 읽는 친구가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만나는데 말을 정말 멋있게 하는 친구다. 생각의 방향이 달라도 하나의 논리로 인정해 주고 대화할 줄 아는 그 친구가 하루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말을 인용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물었고 친구는 나에게 데미안을 소개해줬다.
1. 줄거리
에밀 싱클레어는 선한 세계에서 살아왔다. 적당히 부유한 가정에서 화목한 부모님과 성실한 누나까지. 그러던 어느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악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악은 너무 어두워서 지워지지 않고 밝은 가정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싱클레어는 참을 수 없는 이질감과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어느날 싱클레어는 누구와도 다른 존재를 만난다. 데미안. 그는 달랐다. 그는 남들처럼 생각하지도 남들처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자신감이 넘쳤고 말과 눈에는 힘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싱클레어의 근심을 처리해 주었다. 마치 구원자처럼 그리고 싱클레어는 도망쳤다.
이야기는 싱클레어의 성장,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그리고 대학생활중 만난 친구와의 교감을 가지고 진행된다.
2. 내 생각
책을 읽기전 친구로부터 데미안은 DEMON 즉 악마를 상징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성경에서 첫 번째 죄를 지은 여자의 이름을 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그 이름을 모든 존재의 어머니 같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기독교적 지식이 조금은 있다. 책이 쓰인 당시에는 이런 기독교 사상이 더 팽배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이런 걸 가르쳤으니 말이다. 어쩌면 부유한 가정이어서 종교적 색깔이 있는 학교에 간걸수도 있겠다.
내 생각에는 이야기는 자아 형성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다. 어쩌면 세계관 형성일 수도 있다. 태어난 집안과 종교는 나의 삶을 정의할 수 없다. 친구들도 나의 삶을 정의해 주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낀 것을 바탕으로 나의 세계는 결정된다. 데미안은 카인의 표식을 우월한 자들이 가지고 있는 표식이라고 봤다. 성경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지만 그 해석은 데미안의 세계에서는 옳았다. 나 역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될 놈은 정해져 있다고. 그들에게서는 빛이 나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어두움을 없앤다고 믿고 있었다. 그저 표현이 다를 뿐 누군가는 탁월함으로 누군가는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그것이었다.
싱클레어는 불만이 참 많은것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 현실을 제대로 보는 시니컬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냥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이상주의자일수도 있다 나는 세상이 좀 더 올바르기를 기대했다. 어릴 적 우리가 모두 겪는 이질적인 순간들 교육과 이상 혹은 아름다운 세계와 현실이라는 추악하고 멍청한 세계와의 괴리가 책에는 싱클레어의 심정으로 표현된다.
아브락사스는 악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악마의 이름으로 된 신을 만들고 그 세상에 살기로했다. 나만의 세계관 구성은 정말로 중요하다.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이러한 과정 없이 살아간다면 요즘 말하는 내면의 단단함이 없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찾아오리라 확신한다. 어린 시절 이런 고민들과 성찰을 통해 나만의 세계관을 정립해 놓는다면 그것이 설령 남들과 다를지라도 버텨낼 힘이 생길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남의 세계관을 조금 엿보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나의 세계관에 도입될 장치들을 훔치는 것 그것이 나의 독서다. 데미안은 너무나 이단적이다. 그러나 현실에 널리 퍼져있는 많은 생각을 담았다. 저와 여러분이 데미안을 읽으며 혹은 다시 읽으며 마음이 단단해 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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